삼국지 vs 삼국지연의 (초안 작성중)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진짜인가.  


​ 가끔 이와 같은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중국 문학에 대해 궁금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지 않지 않고, 요즘 들어 그 관심이 더욱 줄어들고 있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삼국지(연의)에 대한 관심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물론, 예전 우리나라의 삼국지 열풍에 비한다면 그 관심이 지금은 1/10 미만으로 줄어든 듯한 느낌입니다. 


​ 일단 우리가 흔히 '삼국지' 라고 부르는 용어부터 정리하고 지나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요즘은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반드시 도서관으로 달려가지 않아도 구글에 키워드만 검색하면 바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 검색하여 학습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 이는 마치 내 책꽂이에 있는 책일수록 나중에 보면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과 비슷하며, 불법 경로로 입수한 영화나 게임 혹은 전자책일수록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 것과 유사하고, 심지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헬스장(요즘 말로는 피트니트 센터)이라면 거의 찾지 않게되는 이치와도 닮아 있습니다.  


​ 결국 휴대폰이든 노트북 컴퓨터든, 내 책상 위에 있는 PC든 키워드를 입력하여 잠깐 검색하면 되지만, 이러한 검색 자체가 점점 귀찮게 여겨지며 재미있는 영상이라도 긴 영상은 참지 못하고, 이를 1분 이내로 짧게 요약한 이른바 '숏폼' 영상은 대여섯 시간까지 명하니 바라볼 수 있게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득 궁금해진 사항에 대해 도서관에 달려가지 않아도, 비용을 거의 지불하지 않아도 단지 손가락을 몇 번 까딱하여 인터넷 검색창에 몇 글자 입력하여 확인하는 정도의 수고로움마저 마다하는 지금의 트렌드는 거의 모든 인류에게 적용되고 있으며, 저에게도 예외는 아닙니다. 


 무료로 약간의 수고로움만 감수하면 뭐든지 알아볼 수 있는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검색의 단계까지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극히 드물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포스팅도 '정보의 바다' 를 넘어 '정보의 우주'로 부를 수 있는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정보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정보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 삼국지에 대해서는 이른바 인터넷 내의 집단지성이 만들어 낸 최고의 사전으로 불리는 '위키백과' 만 살펴보아도 꽤나 상세한 내용까지 아무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EC%82%BC%EA%B5%AD%EC%A7%80


삼국지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삼국지 33개 언어 문서 토론 읽기 편집 역사 보기 도구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나관중의 소설에 대해서는 삼국지연의 문서를, 그 밖의 뜻에 대해서는 삼국지 (동음이의) 문서를 참고하십시오. 《 삼국지 》(三國志)는 서진 의 진수 가 쓰고 송 나라의 배송지 가 내용을 보충한 중국 삼국시대 의 사찬(私撰) 역사서이다. 후한 말기부터 서진 초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 사기 》, 《 한서 》, 《 후한서 》와 함께 중국 전사사(前四史)로 불리며 이십사사 (二十四史) 중의 하나이다. 총 65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위서(魏書...


ko.wikipedia.org



중국의 이십사사二十四史에 해당하는 삼국지는 일단 소설이 아닌 역사서라는 점부터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즉 우리가 흔히 삼국연의三國演義와 혼동하곤 하는 이 책은 서진시대 문인 진수가 쓴 사서史書지만 황제가 명하여 쓰여진 것이 아닌 개인이 편찬한 이른바 '사찬'에 해당합니다. 이 삼국지는 '언제 누가 어떤 일을 하였다' 정도로 상당히 무미건조無味乾燥한 문체로 역사적 사실만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송나라의 배송지裴松之가 주석을 달아 내용을 보충하게 되었는데, 이를 삼국지주三國志注 혹은 배송지주裴松之注 로 부릅니다.  삼국지와 배송지 주를 함께 일컬을 때는 '수지배주' 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진수가 기록하고, 배송지가 주석을 달았다 라는 뜻이겠지요. 참고로 배송지주는 삼국지라는 사찬에 송나라의 문제가 배송지에게 주석을 추가하라는 명을 내려 만들어진 일종의 하이브리드 성격의 저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배송지의 삼국지주가 없었다면 훗날 소설로 만들어진 '삼국지연의' 역시 탄생하지 못했겠지요. 참고로 예전부터 배송지의 주석이 너무나 상세하여 삼국지 원문 (이를 보통은 '정문' 이라고 일컫습니다)의 글자수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이야기를 하였고, 저도 그렇게 배웠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정문의 글자수는 약 37만 자, 주석문의 글자수는 약 32만 자 정도라고 하니 역시 삼국지 원문의 분량이 조금 더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송지의 주석이 얼마나 방대한   분량인지를 다시 한번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조사 결과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참고로, 삼국지 위서의 마지막 30권인 위서 동이전에는 부여, 고구려, 옥저, 읍루, 예, 한 왜인 등의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이 중 930자로 구성된 부여전은 중국 정사 중 부여에 관한 최포의 열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럼 이러한 주석서를 바탕으로 탄생한 삼국지연의(줄여서 삼국연의)는 과연 어떠한 책이며 원서와는 어떻게 다를까요. 


 일단 삼국지연의의 저자는 명나라 때 사람 나관중이 쓴 이른 바 소설입니다. 앞서 언급한 진수의 삼국지와 배송지의 삼국지주, 그리고 그떄까지 민간에서 떠돌던 전설 등을 결합하고, 전상삼국지평화 라는 일종의 극본의 구성을 모방하여 만든 일종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서적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이미 명나라 시기에 큰 인기를 끈 삼국지연의는 시대가 지나 청나라에 이르니 언어상의 표현 등이 달라 당시의 사람들이 읽기 불편한 점이 생긴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를 수정한 것이 바로 청나라의 모종강인데, 이 수정본을 '모본'으로 줄여 부릅니다만, 역시 이는 요즘말로 '리메이크 remake'일 뿐 역시 원작인 나관중의 삼국지를 오리지널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 정도까지 설명을 드렸으니 진정으로 삼국지를 사랑하는 경우라면, 역사서인 '삼국지'와 명청 시기의 소설인 '삼국지연의' 혹은 '삼국연의'를 구분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삼국지연의는 한중일 삼국에서 모두 사랑을 받고 있을까요?


그 물음에 대한 정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닐 수도 있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삼국연의는 중국에서 발생하여 유행하기 시작하였지만, 유독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은 조금 뜸해졌지만 한때 여러 소설가들이 앞다투어 삼국지연의를 편역하여 출간한 바 있으며, 일본의 경우는 만화, 애니메이션은 물론 지금까지 시리즈가 출시되고 있는 KOEI 사의 삼국지 시리즈가 큰 인기를 얻은 것만 보아도 한국과 일본에서의 삼국지는 다양한 중국의 문학작품 중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표현해도 결코 과장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삼국연의의 인기가 시들한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는 않습니다. 삼국연의의 이야기 구성이나 등장인물의 생동감은 어느 누구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매력이기 때문에, 중국인들 역시 삼국연의를 매우 사랑하는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다만, 여러 문학작품 중 삼국연의'만' 좋아하기에는,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 홍루몽 등등 특유의 매력이 넘치는 창작물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 삼국지만 편애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수호전'도 '수호지'로 부를만큼 '삼국지' 라는 작품에 대한 편애가 상당한 편입니다. 게다가 수호전의 경우 108명 호걸로 불리는 주인공의 수가 너무나 많은 데다, 삼국연의에 비하면 지략과 책략이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 이 부분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삼국연의에 더욱 애정을 쏟게 되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서유기는 불교적 색채가 강하고 그 표현이나 사상적 배경을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금병매의 경우 송대의 생활이나 문화에 대해 모르는 경우 그 맛을 음미하기가 어려우며 유가사상과는 배치되는 음란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기에 우리나라에서 크게 성행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조선시대의 분위기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삼국연의를 제외한다면 모두 유가사상과는 관계 없거나 혹은 이와 어긋나는 경우가 발견되었기에 우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사상 융합의 면모다 다양하고 자유로웠던 명청시기의 중국에서는 다양한 작품이 다양한 계층에 의해 수용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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